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 143회
'위험한 커넥션'
| 서울 강서구 수천 억 재력가 살인사건
2014년 3월 4일 오전 7시
제보를 받은 기자는 살인현장으로 찾아가는데 현장이 너무 조용했다. 피해자는 건물 주인이라고 한다.
2014년 3월 3일 새벽 2시에 사람이 죽었다는 신고가 접수된다. 강서경찰서 경찰들이 출동한 살인현장은 처참했다. 사람들은 건물주를 양 회장이라고 불렀다.
양 회장은 보통 건물주가 아니라 재산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의 재력가였다.
사무실 내부 CCTV에는 범행 장면이 모두 찍혀있었다. 범인은 손도끼를 뒤에 숨기고 피해자를 쫓아와 몸싸움을 벌이고 미리 들고 왔던 전기충격기도 피해자를 기절시키고 도끼로 양 회장을 죽였다.
범인은 점퍼 후드를 쓰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 볼 수는 없었다.
| 끈질긴 추적! 쫓는 자와 쫓기는 자
경찰은 건물 주변 CCTV를 모두 조사하고 도주 경로를 확인한다. 범인은 택시를 타고 살인 현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CCTV화질이 안 좋아서 번호판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택시 색상이 주황색인 걸로 법인 택시 회사임을 확인하고 강서구 법인택시를 확인한다.
경찰은 수백 대의 택시를 일일이 탐문해서 택시기사를 찾아낸다. 택시 기사는 범인이 영등포역에서 내렸다고 한다. 경찰은 영등포 역 근처의 CCTV를 전부 확인해 찾아낸다. 범인은 영등포역에서 다시 택시를 탄다.
인천 광고판을 붙인 택시를 보고 경찰은 인천 택시로 장거리를 뛰는 택시를 전부 조사해 택시 기사를 찾아낸다. 범인은 인천 아닌 부천 송내역으로 가자고 했다고 한다. 택시 기사는 다른 손님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는데 범인이 다시 같은 택시를 탔다.
범인이 내렸다는 장소의 CCTV를 전부 확인했지만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CCTV를 피해 어디론가 들어갔을 거라고 생각한 경찰은 범인이 사우나로 들어갔을 거라 추측하고 CCTV를 확인하는데 그 시간에 들어온 범인의 모습이 찍혀있는 것을 확인한다.
사우나 사장은 용의자를 알아보고 자신의 가게 단골이라고 한다.
| 형님과 검은 그림자
범인은 장영범(가명)으로 당시 44세였다. 장영범은 중국에서 짝퉁 물건을 가져와 한국에서 장사하는 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는데 중국에 갔다온다던 형님이 경찰이 쫓고 있는 인물이 되어있었다.
장영범이 중국으로 도피함으로써 이 사건은 장기 사건이 될 수 있었다.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던 형사들은 장영범이 양회장을 죽인 이유를 파헤치기로 한다. 피해자와 장영범은 전혀 연결고리가 없었다. 통화 한번 한 적이 없었다.
청부 살해
경찰은 장영범의 통화내역을 확인하는데 범행 전후로 문자를 주고받은 게 있었는데 상대방 전화는 대포폰이었다.
| 청부 살인의 피해자 부동산 거물 양회장
양 회장의 원래 직업은 버스 기사였고 최종 학력은 초졸이었다. 부동산 부자가 되기까지 1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난 강서구 땅과 건물 주인은 원래 따로 있었다.
원주인은 재일동포로 1995년 8촌 손녀에게 재산 관리를 맡긴다. 팔촌 손녀가 바로 양회장의 부인이다. 양 회장과 아내는 재일 동포 친척의 재산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세입자들에게 양 회장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양회장은 보증금 5천에 월 5백이던 월세를 4년 만에 보증금 1억에 월 1,300만 원까지 올렸다. 세입자가 사정하면 뒷돈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세입자들의 월세를 차등해서 올리고는 했다.
경찰은 세입자들 중에 양 회장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이 있는지 탐문한다. 2004년 세입자들은 양회장에게 소송을 거는데 소송 이유가 기가 믹히는 데 양 회장이 불법으로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재일 동포 친척에게 구입했다고 한다. 당시 부동산의 매매가는 1천억이었는데 양회장은 20억에 구입했다고 한다. 원주인인 재일동포 친척은 부동산이 양 회장에게 넘어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양 회장은 1심에서 사무서 위조죄, 위조 사문서 행사죄 등으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양회장은 항소했고 소송은 10년 가까이 이어졌고 최종 결론은 무죄로 결론 났다.
중국에 있다던 장영범과 누군가 통화를 하는 게 잡힌다. 통화한 전화번호는 공중전화번호였는데 위치는 경찰서 맞은편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였다. CCTV를 확인해 보니 그는 민선 5기 서울시의원 김형식이었다.
김형식 의원은 강서구 서울시 시의원으로 촉망받는 젊은 시의원이었다. 대학 총학생회장이자 운동권 출신으로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6년 첫 도전한 지방선거에서 낙선하고 재도전 끝에 2010년 시의원에 당선되었다.
현직 시의원이 중국 도피 중인 살인범과 통화한 이유는?
김형식은 양 회장에게 5억 2천만 원을 빌린 차용증이 있었다. 무담보와 무이자의 차용증이었다. 양 회장은 강서구 소송이 마무리될 쯤에 강서구 건물을 증축해 호텔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었다.
호텔을 지으려면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는데 일단 강서구 근처에 김포공항이 있어 고도제한이 있어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었고 더 큰 난관은 일반주거지역이라는 것이다. 건축법상 상업시설인 호텔을 지을 수 없었다.
방법은 용도를 일반주거에서 상업시설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땅값이 무려 4배나 오르는 일이었다.
양 회장이 매일 작성한 일지에는 김형식 의원에게 로비한 기록이 있었다. 김형식 의원은 도시계획관리위원직을 맡고 있었다.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토지 용도 변경을 심의하는 곳이다.
양 회장에게 김형식 의원은 자신의 땅을 상업지역으로 바꾸는데 힘쓸 사람이었다.
| 검은 커넥션 사업가와 정치인
양 회장은 김형식의원에게 로비 자금이자 정치 자금을 지원한 것이다. 경찰은 장영범이 범행 전후에 통화한 대포폰의 주인이 김형식이라는 증거를 찾아야 했다.
경찰은 대포폰 기지국 위치와 김형식 의원 휴대전화 위치를 비교한다. 결과는 기지국 위치가 같았다.
김형식이 양 회장을 죽여야 할 이유는?
양 회장과 김형식 시의원의 커넥션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양 회장은 호텔 설계도도 이미 준비했고 공사 준비도 하고 있었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서울시가 내발산동 용도 변경을 반대한 것이다. 양 회장의 다른 땅에 대한 조례안도 서울시가 반대해 보류되었다.
양회장 사무실 전화내역에는 사건 전후에 집중적으로 김형식 의원에게 전화한 기록이 있었다. 만약에 양 회장이 차용증을 공개한다면 의원으로의 삶은 끝이었다. 그리고 김형식 의원은 전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 뒤틀린 우정 친구의 살인청부
알고 보니 장영범과 김형식은 12년 지기 친구였다. 둘의 첫 만남은 2002년 술자리였다. 장영범의 형이 국회의원의 선거를 도와준 적이 있는데 그때 국회의원 보좌관이 바로 김형식이었다.
김형식이 첫 선거에 도전했을 때 장영범은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자신의 차는 물론 선거 유세 차량까지 지원했다. 당시 장영범은 물류 사업으로 크게 성공해 큰돈을 벌고 있었다.
그렇게 4년이 지나고 김형식은 시의원이 되었고 장영범은 사업이 망해 김형식의 도움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정신적 물질적으로 힘든 장영범에게 김형식은 유일한 버팀목이자 든든한 백이었다. 사건 1년 전부터 둘은 비밀리에 전화통화를 하고 만났다.
| 살인의 배후 현직 시의원을 잡아라
사건 발생 두 달 반이 지난 5월 22일에 중국 주재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장영범이 중국 심양에서 검거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범죄 사살이 확인되면 처벌이 끝나야 본국으로 송환이 가능했다.
6월 14일 지방선거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한에 잡혀 있던 장영범이 가족에게 연락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나.. 여기서 끝내야 될 것 같아. 식구들 다 책임져 줄 테니까 나보고 다 안고 가래
2014년 6월 14일 지방 선거날
김형식은 높은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20일 후 장영범 송환이 결정된다. 경찰들은 중국행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넘어갔다. 장영범은 발목에 족쇄를 차고 있었는데 장영범은 정말로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누가 시켰냐고 묻는 경찰의 질문에 장영범은 형식이가 시켰다고 한다. 경찰은 한국으로 연락해 자백을 받았다며 김형식을 체포하라고 한다.
김형식이 체포되자 사람들은 경찰을 비판하며 김형식을 옹호했다. 하지만 김형식의 집에서는 대포폰이 5개나 발견되었다.
한국에 도착한 장영범은 그날의 일을 상세히 얘기했다. 김형식은 장영범에게 양 회장을 죽이고 차용증을 가져오라고 했다. 사건 1년전부터 김형식은 양회장때문에 힘들다며 장영범에게 청부살인을 부탁했다.
김형식은 장영범을 데리고 양회장 건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동선을 전부 알려주고 양 회장의 출입시간도 알려주었다.
2013년 9월 이후에는 살해부탁이 닦달로 바뀌었다. 서울시가 용도 변경을 최종적으로 무산한 시기가 그즈음이었다. 2014년 1월 김형식은 직접 양 회장을 죽이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손도끼와 전기충격기를 준 사람은 김형식이었다.
장영범은 김형식의 시나리오를 잘 수행했다. 그리고 중국으로 도피하는 것도 김형식의 계획이었다.
중국에서 자살을 시도한 장영범은 김형식에게 죽지 못했다고 전화했는데 김형식은 이렇게 말했다.
야 장난해? 그거 하나 못해? 너 진짜 나랑 네 가족까지 죽는 꼴 보고 싶어?
그래서 장영범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게 되었다. 김형식은 양 회장에게 청탁을 받은 건 사실이나 양 회장과는 좋은 관계였다고 한다.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차용증도 세금 때문에 써달라고 해서 써줬다고 한다.
자백만 있는 상황이라 기소가 되더라도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유치장에 있던 장영범은 경찰에 칫솔을 주었다. 그 안에는 메모가 적힌 종이가 들어있었다.
그 종이는 김형식이 장영범에게 보낸 쪽지였다. 김형식은 장영범이 자신의 친구이며 자신을 위해 입을 다물어 줄거라 믿으며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했다.
결국 김형식은 모든 혐의가 인정되었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를 했지만 판결은 달라지지 않았다. 장영범은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았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구독 부탁드려요
* 인용된 사진과 문구는 해당 방송국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