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 134회
'한여름 밤의 악몽'
1998년 7월 31일
지리산 대원사 계곡으로 모여든 사람만 1,400여 명이었다. 화개장터 옆 계곡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인데 저녁 무렵 갑작스러운 비소식이 있었다.
면사무소 직원은 비 소식에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계곡으로 간다. 마이크를 들고 비소식을 전하고 텐트마다 방문하며 빨리 철수하라고 했다. 그렇게 소식을 전하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그런데 다리 아래 대피하려는 움직임이 없는 텐트를 향해 달려갔다.
두 직원은 중요한 짐만 챙겨서 빨리 대피해야 한다며 가족을 재촉해서 빠져나온다. 그리고는 1분도 지나지 않아 큰 물기둥이 그 텐트를 쓸어버렸다. 조금만 늦었어도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다.
산사태로 집들은 흙에 매몰되었고 무너졌다.
대원사 계곡에도 비가 들이치기 시작했다. 이날 지리산에 내려진 폭우는 강수량의 기록을 바꿨다. 순천의 종전 최대 기록은 당시 61mm였는데 이날 지리산에 쏟아진 비의 양은 무려 145mm가 내렸다.
계곡물을 불어서 텐트와 자동차를 모두 쓸어버렸고 사람의 키를 넘겼다. 이곳에 올 수 있는 다리가 하나였는데 이미 끊겨버려 구조대가 올 수 없었다.
계곡에 높은 곳에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이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현수막을 연결해서 언덕까지 연결을 하고 한 명씩 구하기로 한다. 어린아이들은 안고 나오고 어깨동무를 하고 26번을 왕복해서 26명의 사람을 구조했다.
공식적인 사망·실종자는 103명이었다.
그날 이후 지리산은 달라졌는데 지정된 장소 이외에는 야영이 금지되었다. 그 후 폭우로 인한 인명 사고는 단 한번도 없었다.